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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인 듯 진실이지 않은 진실 같은 공리

BU editor 2014. 6. 12. 10:22

'철학적 사고로 배우는 과학의 원리' 공리1,2 _ 진실인 듯 진실이지 않은 진실 같은 공리



공리는 절대 증명할 수 없는 하나의 명제임에도 불구하고 학문을 설계하는 최초의 시작점이 되기에 우리는 '자명하다', 또는 '인간의 직감적 이해와 일치한다'라는 이유로 필요 이상으로 절대시해왔다.


증명할 수 없다는 건 그 공리가 100% 진실인 것인가를 판가름할 수 없다는 사실을 품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객관적인 태도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사람들은 자명하다고 느끼거나 권위를 통해 나온 사실들에 대해 아래의 말을 하며 당연시해왔다.


"그냥 그게 맞잖아."
"그게 당연하잖아."
또는
"그게 대세잖아."


감히 공리를 의심하고, 다른 것으로 바꿔볼 생각을 못해온 것이다. 하지만 완벽해보이는 기하학도 단순히 공리를 전혀 다른 내용으로 교체함으로써 새로운 학문을 전혀 모순 없이 만들어낼 수 있다. 비유클리드의 기하학의 탄생은 공리가 자명한 진리라는 생각을 뒤엎은, '충격적인' 시도의 결과였다.


많은 학자들이 절대적인 진리를 찾으려고 몸부림 쳐왔다. 예를 들어 논리학을 통해 완전무결한 수학의 토대, 수학의 권위를 더 단단히 세우려고 했다. 하지만 그 시도를 위한 도구인 '논리' 또한 그 근본을 보면 '약속' 위에 새워진 것이기 때문에 결과는 항상 실패였다. 이 과정에서 많은 학자들이 좌절했다. 실제로 버틀란드 러셀은 기하학의 공리가 증명할 수는 없지만 믿어야만 하는 자명한 것이라는 사실에 수학의 확실성이 흔들리자 충격을 받고 절망에 빠진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의식혁명'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인간의 이성은 한계가 있다. 때문에 이성의 결과인 '학문'을 통해 이 불확실한 세계를 설명하는 건 인간의 욕심일 수 있다. 연구하면 할수록 불확실함은 더 두드러질 뿐이다. 사실 진실이라고 말할 수 없는 공리를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인위적인 설정을 통해야만 인간으로서 탐구가 가능해진다는 걸 가르킨다.


이는 비단 학문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실제로 살아가는 세상에서 나도 모르게 나의 생각을 지배하는 공리가 어떤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 유클리드의 기하학의 공리를 전혀 다른 것으로 바꿔서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만든 것처럼 지금 이 사회에 공공연한 공리 또는 나의 생각에 영향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돌아봐야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의 안좋은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사회 그리고 나의 신념은 결코 진실이 아니다. 진실이 아닌 것에 끌려다니는 걸 멈춰야 한다.


공리 없이 학문은 만들어질 수 없다. 사회도, 삶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그것을 지탱하는 명제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많은 경우 굉장한 유익을 가져다 준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예를 들어 부정확한 신념 또는 사회의 일방적인 조건화들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자각하고, 건전하게 의심해서 '진실'로 밝혀진 것이 아닌 거에 대해 에너지를 뻇길 필요가 없다.


by Audr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