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도 올해의 도서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읽고
'티핑 포인트'는 작은 아이디어나 상품이 빅트렌드로 바뀌는 시점을 의미한다. 저자 말콤 글래드웰은 사회 속에서 전혀 유행할 것 같지 않았던 아이디어들이 전염병처럼 확산된 사례들을 분석한다. 그리고 그러한 결과로 왜 어떤 아이디어는 유행이 되고 어떤 것은 되지 않는지, 즉 티핑포인트가 선별적으로 존재하는 이유와 티핑포인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조건 세 가지를 제시한다.
또한 저자는 책의 마지막에서 누구나 티핑포인트를 일으킬 수 있는 조건을 이해하고 적용하면 유행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조건 세 가지는 소수의 법칙, 고착성 요소, 상황의 힘으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책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히지만 책을 다 읽었을 때 나는 이 책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조승연 저 <생각 기술>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학생들은 공부하면서 항상 내가 공부하고 있는 것이 가정인가, 증명인가, 이론 전체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티핑포인트는 유행이 갑자기 급속도로 퍼진 사례들을 분석하여 근본 원인이 무엇이었을지 가정한 것이다. 즉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이고 해석일 뿐이라는 것이다. 과학적 사고로 본다면 하나의 '가설'을 설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과학에서는 가설을 설정한 후 실험을 통해 정말 같은 결론이 도출되는지 검증 절차를 밟는다. 그러나 티핑포인트의 경우 그 세 가지 조건을 이용하여 정말 사회 속에서 빅트렌드를 만들어낸 검증사례는 제시하지 않는다.
또한 <지금, 경계선에서> 레베카 코스타가 지적한 것과 같이 '역설계'는 실수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설계는 '최종 결과에서 시작해서 원인이 되는 모든 부분과 과정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질 때까지 거꾸로 진행하여 이해하는 것'이다. 티핑포인트에서는 유행이라는 결과가 일어난 과정과 원인을 거꾸로 이해하고 있다. 즉 역설계를 이용한 것이다.
역설계는 그 특성상 결과를 일으킨 과정들을 해체하여 이해하는 과정에서 다른 필수적인 요인들을 간과할 수 있다. 또한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결과를 미리 설정하여 그 근거가 되는 사례들을 미리 정해 놓은 것에 끼워맞출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럽게 살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자신의 모델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사례 분석이 아닌 자신의 이론을 적용하여 검증한 사례를 더욱 언급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유행에 대한 하나의 '모델'을 제시한 것은 훌륭한 통찰이었다는 것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다만 그 모델이 정말 현실에서 적용되고 유용한지에 대한 검증 절차는 독자에게 맡겨졌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by Elizabeth Taylor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