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내가 보는 대로 보인다. _ 이분법을 넘어서 chapter 1 후기. by illy
세상은 내가 보는 대로 보인다
이분법적 사고를 버리면 세상은 넓어지고, 나는 자유로워진다.
내가 느끼던 불편함은 다른 무엇때문이 아니라 나의 이분법적 사고가 만들어낸 것이었다. 어제 내가 석사생활을 했던 실험실이 생긴지 20주년이 되었다고 1기 졸업생 선배들부터 막 졸업한 친구까지 모이는 Homecomming day를 다녀왔다. 나는 석사를 졸업하면서 "저는 도서관 사서가 하고 싶어요" 하면서 이 실험실에서 박사를 하지 않고 나왔던 것에 대해서 교수님과, 나를 가르쳐줬던 박사님께 늘 죄책감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나를 안 좋게 생각할 거라고 생각하고 실험실에 찾아가고 교수님을 뵙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내 혼자만의 오만한 생각이었다.
무려 20년 전에 졸업하신 선배들은,, 석사만 여기서 졸업을 하고, 생물학이 아닌 화학분야에서 명성을 떨치고 계신 분이 있는 것도 모자라, 세일즈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시는 분도 계셨고 심지어 범죄심리학과 교수님이 되신 분도 계셨는데, 그 분들이 교수님과도 많은 얘기를 나누시고, 오히려 더 편하게 즐기고 계시는 거였다! 20주년 축사에서 교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내가 수십 명의 학생들을 받고 보내면서 이제와서 느끼는건, 사람들은 참 다양하다는 거다. 각자 특성이 다르고 잘하는 것이 다 다르다. 이런 각자의 특성들을 인정하고 가르쳐서 사회에서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선생이 하는 일이더라. 처음 선생이 되었을 땐 내 방식대로만 하려고 호통치고 힘들게 했던 것 같은데 각자의 방식이 있는 거고 그 방식을 잘 살리도록 하는 것이 선생이 하는 역할이더라."
그리고 자신이 만난 학생들의 사진을 하나하나 보여주며 얘는 이런애였고, 얘는 이런애였고,, 지금은 뭐하고 있고,, 설명해 주셨고, 내 사진을 보여주면서는 "얘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애다. 가만히 있질 않는다." 며 소개해 주시는데 어찌나 감사하던지!! 죄책감을 가지고, 교수님을 어려워 하고 있었던 내 자신이 초라해지면서,, 교수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덕분에 그 이후의 1차, 2차, 3차, 4차.....나보다 더 많이 사신 분들과 재밌고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교수님과 마주 앉아서 얘기하다보니,, "애들한테 얘기 들었다. 너 그때 많이 힘들었다며, 실험하는거 말고 말이야.",,하는 따뜻한 얘기도 해주시고, "네,, 정말 힘들었어요.." 하는 고백도 하는 찡한 시간도 있었다. 내가 밖에서 그 어떤 일을 하더라도 찾아가서 저는 이렇게 살고 있어요~ 하면서 찾아 뵐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몇 일전에 카톡방에서 멤버들을 보면서 불편한 점을 마구 얘기를 해봤는데, 그것도 내가 만들어낸 불편함이었다. 나는 힘들어도 이것저것 해보면서 살고 있는데 멤버들은 아무것도 해보지 않으면서 아직 준비가 안됐다고 비유에서 다 만들고 세상에 나가겠다고 하는 말들이 답답하고 불편했다고 말을 했었다. 돌아오는 말은 우리 멤버들 각자도 자신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거라는 말. 각자를 이해하지 못하는게 맞다는 말이었다. 그걸 듣고 정말 챙피했다. 이분법적 사고를 버리라는 내용을 접하고도 버리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또한 나의 관점을 말 할 수 있어서 내가 이러고 있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이분법을 넘어서에서도 나왔듯이, 수많은 학문들, 혹은 각각의 사람들이 보고 있는 것은 '하나의 세상'이다. 뭐가 맞고 뭐가 틀린건 없다. 모두, 커다란 세상을 각각의 관점에서 보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그 '바탕'은 이 세상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럼 그 세상이 무엇이냐 하는 것은,, '나는 아직 알지 못한다' 이다. 단지 이번에 내가 알게 된 것은 이렇게 다양한 관점들이 있고, 그 각자가 말하는 것이 모두 세상을 말하려고 하는 것이다 라는것.
내가 보는 세상과 내가 사는 방식을 무시하고 죄책감을 갖지 않아도 되고, 거기에만 갇혀서 다른사람의 방식을 무시하고 잘못되었다하는 건 오만한 태도라는것도 깨달았다. BU에서 이런 맥락을 접하면서, 내가 이런 사고를 갖고 있었다는 것을 인지를 하게 되었다. 지식이 많은게 문제가 아니라, 많은 관점을 수용할 수 있고, 내 관점도 마음껏 토해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힘을 갖는게 통합적 지식인이 되는 것이고, 그런 힘으로 세상을 자유롭게 살게 된다는 것 같다. 살 수 있는 터전이 넓어져서,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상태로 자신이 보는 세상이 깜깜하다고 나는 더 이상 살 수 없어,, 하는 생각에 갇히는 우울증에 빠지지 않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말 오만한 태도다.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세상은 정말 넓고, 멋있는 사람들도 많고, 내가 살아갈 수 있는 곳도 분명히 있다. 공부를 한다는건, 볼 수 있는 세상을 넒히고, 살아가는 터전을 넓히는 일이다. 지식을 읽고 알기만 한다고 세상이 넓어지는게 아니라, 그만큼 내가 세상을 넓게 살아야 넓어지는 것이었다. 다 내가 부딪히고 깨지면서 넓히는 것이다.
by il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