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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철학의 만남을 읽고 _ '이분법을 넘어서' 1장 후기 by Elizabeth Taylor P.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8. 17. 23:44

오늘날 세계적 석학들은 진정한 지식인이란 '통합적 지식인'이며 그러한 지식인이 되기 위해서는 통합적 사고를 통한 지식의 통섭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현대사회가 봉착한 문제는 너무나 복잡해서 하나의 지식 체계로는 문제를 해결 할 가능성이 낮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지식 체계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통합적 사고를 하고, 깊이 있게 통찰할 수 있는 통합적 지식인을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고 길러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


우리나라 또한 통합교육의 필요성을 느꼈는지 입시제도에 통합 논술이란 것을 추가한 지가 몇 해 전이다. 그러나 우리 교육은 여전히 문과와 이과가 분리되어 있고, 통합 논술은 입시를 치루기 위한 단기간의 답안의 틀 외우기식으로 변질되어 학생들의 통합적 사고 능력을 길러주기는커녕 입시 부담만 안겨주는 결과를 낳았다는 비난이 쇄도하는 것이 현실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장회익 교수님과 최종덕 교수님은 책에서 이 문제의 근본적인 이유를 학생들의 자연스럽고 호기심 어린 '지적 흐름'을 막아 버리는 교육 현실에서 찾는다. 초등학생때부터 고등학생까지 12년 동안 대다수의 학생들은 '대학 잘가기'라는 목표 하나만 바라보며 시험을 잘 치르기 위한 공부만을 해야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시기 자신의 인생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해보고 진짜 공부를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은 할 겨를도 없이 스트레스 받으며 획일화된 교육만을 받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학생들의 지적 흐름이 꽉 막혀버리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 

또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 역시 진짜 공부를 한다는 것이 무엇이고, 진짜 인생을 살아 간다는 것, 자신으로 온전히 세상에 우뚝 서는 것이 무엇인지 대한 성찰과 통합적 지식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었다는 것도 큰 이유가 된다. 그들 역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폭이 좁고, 삶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교육의 현실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존의 것을 고수하고 대물림만 하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것이다. 

어쩌면 그들도 이미 어렸을적 지식의 흐름이 가로막혀 공부에 진정한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획일화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가르치는 분들이 하지 못한 것을 자라나는 학생들이 스스로 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렇다면 진짜 공부는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막혔던 지적 흐름을 다시 트게 할 수 있을까?


'진짜 공부'를 한다는 것과 '진짜 인생'을 산다는 것은 함께 가는 것이다. 우주라는 거대한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낸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나 자신에 대한 성찰을 해나가면, 삶에 대한 자연스러운 질문과 호기심이 생긴다. 그러면서 나와 같은 고민을 했던 그동안의 인류의 역사가 이룩해온 세상을 해석하는 관점인 '학문' 들에 대한 자연스러운 관심 또한 생기고 '진정한 태도와 동기'로부터 공부를 시작하게 된다.

동시에 모든 학문의 바탕인 '학문의 본질'을 이해하면서, 공부에 대해 가질 수 있는 막연한 두려움이 사라지며 자신의 공부에 대한 확신이 생겨 즐기며 공부할 수 있게 된다. 공부를 하는 가운데 '학문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은 책에서 장회익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모든 학문을 아우르는 '기본틀'을 형성하게 한다. 그리고 기본틀을 통해 학문간에 자유롭게 넘나들며 통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바탕 또한 형성 되는 것이다. 여러 학문을 자유럽게 넘나든다는 것이 모든 학문을 세세하게 전부 알고 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책에서 장회익 교수님은 실제로 " 지식이란 것이 그 자체로 완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무슨 학문이든지 간에 일정한 도식을 통해서만 앎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라고. 혼자 상상을 넓혀가면서 공부하는 것이 오히려 지식을 익히는데 더 좋을 수도 있다."라고 언급하며 학문의 본질을 이해하는것의 이로움을 설명한다.

두 교수님이 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진정한 지식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절대 시험을 잘 치루는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이들의 공부 과정을 보면 자신의 존재의 의미와, 지식을 안다는 것과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의 차이가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시행착오 해왔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틀을 계속 재정립하려 노력했다는것 또한 보통 학생들과 다른 태도였다. 이러한 태도가 진짜 공부와 진짜인생을 살려는 근본 태도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미래사회는 많은 미래학자들이 말하듯이 변화의 폭이 너무나 넓고, 변화하는 시간의 사이클은 너무나 짧은 사회다. 이러한 사회에서 통합적 지식인이 되고, 진정으로 생존한다는 것의 의미는 변화하는 틀에서 계속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그러한 능력을 갖추려면 '진짜 공부'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생존의 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학생들에게 묻고 싶다. 지금 자신의 '내면의 모습'에 만족하는가? 혹시 아무런 만족감도 없고 공부를 하는것도 재미없고, 미래의 변화에 무방비로 노출될 듯한 불안감이 들지는 않는가? 만약 그렇다면 이제는 잠깐만 멈추고 진지하게 고민해보라. 그리고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길은 하나가 아니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도구들은 널려 있다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필요한 것은 '진짜 인생'을 살겠다는 진지한 의도 하나 뿐이다.


by Elizabeth Taylor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