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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의 눈물, 펭이와 솜이 후기 by Ahisha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10. 14. 12:47

황제펭귄이 황제라 불리는 이유는 남다른 크기 때문이 아니다. 모두가 떠난 영하 60도의 남극의 겨울에 남아 생존해내기 때문이다. 전략적으로 천적이 없는 환경에서 알을 낳고 양육하기 위해서 겨울에 남극에 남아있는 것이다. 추위만 견디면 생존 확률은 매우 높아지게 된다. 황제펭귄은 그것을 택했다. 황제펭귄의 '유전자'가 그것을 택했다.


겨울에서 여름으로, 바다에서 남극으로, 아이에서 어른으로. 모든 게 변화하고, 순환한다는 게 너무나도 분명해 보였다. 잘은 모르지만 다큐에 주역의 메시지가 녹아들은 듯했다. 더 거창하게 말하면 오류 없이 작동하는 우주적 메커니즘의 단면을 본 것 같기도 하다. 그 변화하는 과정에서 적응하고, 생존하고, 진화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생명의 역사는 이 흐름의 반복일 것이다. 황제펭귄도 예외 없고, 인간도 예외가 없다. 그런데 황제펭귄이 흐름에 자신을 더 잘 맡기고, 더 깨끗하게 따르는 듯 보인다. 마인드 유무의 차이일까? 그들은 그 변화와 흐름에 저항하는 법이 없다. 물론 우주의 법칙상 모두가 살아남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기꺼이 흐름에 따른다.


인간에게 마인드가 있는 이유는 다큐 '코스모스'에서 우주의 달력을 그려내듯 이 모든 흐름을 메타인지적으로, 거시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가져서, 이를 후대에 전하는 역할을 맡기 위함일까? 대신 마인드의 속삭임 내지 에고로 인해 큰 폭으로 진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이러니인 듯하다. 아니면, '진정한 성장과 진화'를 하기 위한 장치일까? 생존 또는 성장에 있어서 마인드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궁극적으로는 마인드의 영향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게 참 흥미롭다.


어찌 됐건, 우리가 태어난 이유가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여느 동물들처럼 진화하기 위함이라면 인간 역시 변화하는 이 우주적 흐름에 잘 적응해나가야 한다. 그럴러면 기본적으로, 우주의 흐름 속에서 탄생한 나의 고유의 값(기질)을 알아야 하고, 그것과 더불어 우주의 원리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따르면 된다. 우리가 휴먼 디자인 공부, 의식 공부, 영적인 공부를 하는 이유도 결국 우주의 흐름에 써렌더하기 위함이지 않을까? 그럼으로써 우주의 흐름과 더 잘 조율되고, 궁극적으로 이게 진화까지 이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생존하고 진화한다는 게 생각보다 되게 단순할 수 있다. 이건 펭이와 솜이가 잘 보여주고 알려준 것 같다. '그냥 맡기라고.' 그렇게 흐름에 몸을 맡기는 과정에서 추우면 허들링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따뜻해지면 바다로 나가 위기를 대비하는 이런 지혜들이 되게 인상적이었다. 이 다큐의 부제는 ‘우리도 무사히 어른이 될 수 있을까요?’이다. 여기서 어른이 된다는 건 단순히 나이를 먹는 게 아니라 생존한다는 걸 뜻한다. 황제펭귄의 일생을 통해 어른됨과 생존, 진화의 의미를 좀 더 이해하게 된 것 같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결국 살아남는 모습, 진정한 어른이 되어 바다로 향하는 모습에서 배울 점이 많았다.


by Ahis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