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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C Cosmos : A Space Time Odyssey 10, 11화 후기 by Elizabeth Taylor P.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11. 7. 13:18

'인간'으로서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그 미래



그동안 COSMOS시리즈를 보면서 '인간' 존재와 그 삶, 그리고 인류의 역사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너무나 많은 것을 이룩해 왔다고 생각한 인류가 그저 우리가 나타나기전 우주와 자연의 신비를 풀기 위해 여전히 애쓰는 존재일 뿐인 것이다. 우주적 시각에서 바라봤을 때 인류는 그 역사도 너무나 짧을 뿐더러 여러 한계를 갖고 있는 미약한 존재일 뿐인 것이라는 생각에 너무나 치열한 인간의 삶이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나를 뒤로 주춤하게 만들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그동안 내가 어렴풋이 가지고 있던 생각과 달리 특별하고 대단해서 절대적 존재로부터 특권을 받아 지금과 같은 문명을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그저 동물이 계속 진화를 거치다 특정 임계점에 도달하여 나타난 존재일 뿐인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지성'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일 지라도 여전히 우리는 자연에 대해, 우주에 대해, 우리 존재의 신비와 의미에 대해 모르는 것이 더 많다. 우리는 한계지어진 존재일 뿐이고 앞으로 인류의 문명이 계속 지속된다면 우리보다 더 의식적으로, 신체적으로 진화한 존재도 계속 나타날 것이다.

한계지어진 인간,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은 인간, 결코 완전하지 않은 인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수수께끼를 풀기 위한 인류의 여정과 개개인의 삶과 역사가 의미있고 아름다운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코스모스 시리즈를 보는 내내 나를 따라다녔다. 그리고 어제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면서 그 의미를 알게됐다.



영화속 주인공들은 서로에게 계속 "90%만 진실하라,"라고 말한다. 인간이 우주에 대해 전부 알지 못했기에 새로운 터전을 찾아 탐험을 하게 됐고, 주인공 쿠퍼가 브랜드 박사에게 90%진실만 말하고 블랙홀로 빨려 들어갔기에 시공간을 넘어 딸 머피에게 수수께끼를 풀기위한 힌트를 줄 수 있었다. 90이라는 숫자가 상징적인 숫자이지만 인간 존재인 우리는 결코 완전하게 우주와 자연과 삶의 신비를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그 나머지 10%의 한계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내면의 진실을 따라 살아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창조와 진화를 거듭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 자체가 아름답다. 그리고 비로소 한계를 수용했을 때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틈이 열린다. 한계가 있기에 아름다운 존재가 인간인 것이다.

마이클 페러데이가 냉험한 신분사회에서 빈곤층에 낮은 신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알 수 없는 자연의 10%를 연구하고 탐구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한계지어진 인간 존재로서 그 수수께끼를 풀고자 하는 '내면의 울림'을 무시하고나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우주적 시간에서는 짧다고 할 수 있는 그의 삶이 현재에 그리고 미래에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터전을 제공해 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그의 삶을 통해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다.

내면의 울림을 따라 나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온전하게 진실하게 걸어간다면 개개인의 삶은 짧지만 결코 의미없지 않은 삶일 것이다. 나의 삶이 어떤 것이든 한계지어진 존재라는 것을 수용하고 겸허하게 내맡기며 나만의 원칙을 지키며 진실하게 살아가려고 한다. 이게 인류의 문명이 앞으로 어떻게 되든 내가할 수 있는 나의 책임을 다하는 삶일 것이다.


by Elizabeth Taylor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