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쏘다, 활', '바람의 파이터' 후기 by Ahisha
YG의 수장 양현석이 그렇게 서바이벌성애자인 이유가 있었다. 데뷔 전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연습생들의 인간적인 모습들, 성장하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인지도를 쌓는 유익도 있겠지만, 그가 진짜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유는 멤버들을 급성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기' 위함이다. 연습생들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끝날 때마다 입모아 말한다. 이 시기가 가장 힘들었지만 가장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데뷔할 것인가, 집에 갈 것인가. 그들은 잔인한 환경에 내몰렸고,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고수가 되기 위해 정신 상태, 태도를 무장할 수밖에 없었다.
고수들은 정말, 먼저 '내몰리는' 상황을 겪은 후, 고된 수행과 훈련을 통해 그 상황 자체를 내공 축적의 추진력으로 만들어버리는 듯하다. 내몰린다는 것은 자신을 죽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일까? 바람의 파이터의 최배달도, 평화로운 전사의 댄도 바닥의 상황을 겪고 난 후 비로소 혼자만의 철저한 시간을 갖으며 모든 걸 내려놓으고, 자신을 죽이고 다시 태어난다. 활쏘기의 선에서 말하듯 '자신을 명중' 시킨 것이다.
나는 여러 가지 점에서 하수이다. 고수의 길을 단순한 결심을 통해 갈 수 있겠지 생각했었고, '나는 내가 하수인걸 알아' 하면서도 내가 하수임을 100%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할 만큼 겸손하지 않고, 내면의 이슈에 묶여 앞으로 쭉쭉 나아가지 못하기 때문에.
'왜 발사의 순간을 기다릴 수 없고 왜 발사가 되기 이전에 숨이 가빠지는지 아십니까? 올바른 순간에 올바른 발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자기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나는 너무 조급하고, 뭔가를 계획하려 들고, 힘을 들이고 있는 상태이다. 그렇기에 어떤 일, 공부 하나를 '의식적으로' 한다는 느낌을 못 받고 있다. 하지만 고수들은 자신의 일을 어느 순간에든 '의식적'으로 한다. 그렇기에 말 하나, 행동 하나의 에너지가 일반 사람들과 다르고, 그 에너지의 축적은 결코 남들이 흉내낼 수도 없을 만큼 단단하고 깊다. 지금 나에게 중요한 건 위에서 말한 대로 '나로부터의 벗어남’이지 않을까 한다. 내려놓고, 힘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