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올해의 책 '생각의 탄생' 후기 by Elizabeth Taylor P.
우리나라의 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많은 목소리들이 있지만, 최근에 본 토드 로즈 하버드대 신경학 교수의 인터뷰가 눈에 띄었다. 새벽까지 공부하는 한국의 교육열에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말처럼 한국의 교육열을 전 세계가 부러워한다. 다만 그 방법은 좀 더 스마트해질 필요가 있다. 암기를 바탕으로 한 전통적 교육의 시대는 갔다. 방법을 찾는 공부, 시스템 전체를 볼 줄 아는 훈련이 각광받는 세상이 왔다. 부모와 교사는(그리고 정부는)아이의 밤샘 노력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노력하길 바란다." 라고 답했다.이 책은 말 그대로 '생각이 어떻게 탄생하는가'에 대한 책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생각과 우리가 알고 있는 수학공식, 과학이론, 문학작품, 예술작품 등 인간의 창조물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이 여러방면에서 도움이 되지만 가장 쓰임새있는 곳은 '교육'분야라고 했기 때문에 이 책의 유용성을 '교육'과 '지식(학문)하는 것'의 측면에서 설명해보려 한다.
왜 우리나라 교육은 밤을 새워가며 열심히 하는데도 불구하고, 시스템 전체를 보고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창의적 인재들을 길러내지 못하는 것일까. 우리의 교육과 학습이 위의 인터뷰처럼 헛될 뿐이라면, 단지 눈앞의 취업을 위한 '학문적 성취의 외장(겉치레)'일 뿐이라면, 그리고 창조적 지식 경제사회인 현재 이러한 얕은 학습으로는 더 이상 생계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생존을 위해, 나아가 진정한 학문적 자유를 누리기 위해 어떻게 생각하고 학습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고민을 풀어가는 일환으로 이 책이 제시하는 근본적인 화두는 결국 우리가 열심히 배우고 외우고 보고 축적하는 대상(결과)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가 그리고 그러한 대상(결과)들을 단지 '아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화두를 책에 기반하여 내 식대로 풀어내기 위해 편의상 도해를 만들었다.
<도해1. 생각의 탄생 by Elizabeth Taylor P.>
우리나라 교육은 대체로 이미 만들어진 '결과(도해상의 ①)'들을 배우고 외우고 축적하는 쪽으로 거의 완전히 치우쳐 있다. ①은 숫자, 기호, 글, 이론, 공식, 문학작품, 예술작품, 사진, 그림 등 논리적인 이론적 지식이나 형식적으로 가시화된 결과물 들이다. 저자는 ①만을 읽고, 분석하고, 보고, 외워 대상이 '무엇'인지만 '아는'것은 '환상'일 뿐이며 허약하고 쓸모없는 학문적 겉치레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것 만으로는 '실재'와의 단절이고 새로운 것을 상상하고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그동안의 모든 인류가 ①을 '아는 것'에서 그쳤다면 학문적으로 예술적으로 어느 특정 한계선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화가 폴 호건은 그 위험성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도 없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묘사한 세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발견과 이론을 구축하고, 예술가와 문학가들은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즉 인류는 끊임없이 창조적인 결과물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저자는 실제로 창조적인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했던 사고방법을 분석하여 창조적 사고과정의 '모델'을 제시한다. ①을 '아는' 것과 동일하게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해' 해야만이 (도해상의②) 창조적 사고를 통한 '새로운 통찰' (도해상의 ③, 진정한 응용, 실재)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을 가시화, 형식화, 기호화, 언어화(도해상의 ④) 한 것이 다시 도해상의 ①이 되어 사람들에게 새로운 생각을 불어넣어 준다. 이 과정이 바로 '정신적 요리의 요체'이다.
저자는 많은 과학자들과 예술가들의 사례와 증언을 통해 우리가 보고 배우는 대상들이 논리적으로 기호화,언어화, 가시화 되기 이전에 非논리적, 非언어적인 형태로 느껴진다고 한다. 그것이 많은 교육자들이 간과하는 '초논리(도해상의 ②)'이고 창조적 상상력의 기반이다. 그리고 '초논리'를 느끼기 위한 방법(기술)로서 13가지 생각도구를 제시한다. 그것은 관찰, 형상화, 추상화, 패턴인식, 패턴형성,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 변형, 그리고 통합이다. 이 13가지 도구를 통해 창조적 사고의 기반을 닦을 수있고 한 학문과 다른 학문을 엮을 수 있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정보혁명으로 인류는 역사상 유례없이 많은 지식과 정보속에 살고 있다. 그러나 그것들을 단지 아는것을 넘어 실재로서 '통합접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창조적으로 각 개인의 내부에서 새로운 '이해'를 창출하지 못한다면 정보혁명은 저자의 말대로 '쓸모없는 것'이 될 뿐이며 결국에는 인류 문명에 커다란 '위협'이 될것이다. 레베카 코스타는 그의 저서 <지금 경계선에서>에서 역시 '새로운 통찰'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문명을 위협하는 복잡한 문제에 대한 합리적 이해와 조치를 방해하는 인식 한계점을 타파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통찰'이라는 것이다.
<생각의 탄생>은 창조적 지식경제사회에서 생존해야 하고 계속 스스로 교육해야 하는 각 개인들에게, 그리고 현재 하나된 문명을 위협하는 초복잡한 문제점들을 해결해 가야하는 우리 세계의 각 구성원들에게 도구로서 창조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했다. 이 모델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설득력있고, 제시된 13가지 도구들을 체화하여 직접 시도할 수 있다.
가끔 고등학생 시절 썼던 학습 다이어리를 보면 나의 학습 세계가 완전히 도해상의 ①부분에 갇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학습에 대한 열정만큼 교육의 결과물이 발현되지 않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단순히 우리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막연한 비판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틀에서 구조적으로 비판하고 또 그 해결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분야에 많은 이로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By Elizabeth Taylor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