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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유엔미래보고서 2040' 후기

BU editor 2014. 4. 6. 22:16

현재 내가 살아가고 인식하고 있는 아주 좁은 세계 속의 사람들은 미래의 변화에 대해 관심이 없는 듯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의 인생의 사이클은 한 달 단위이기 때문이다. 한 달 동안 일을 하고 급여를 받고 급여의 대부분을 빚, 대출이자, 저축,생활비 등으로 소비하고 나면 당장 다음 달 월급을 기다리며 다시 일을 한다. 학생들 또한 매 학기 별 학사 일정을 따라가다 보면 정신없이 눈앞의 상황만 보게 되는 것은 직장인과 다를 바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 달 혹은 1년 그 이상의 미래를 예측하고, 변화의 흐름에 맞춰 미래를 준비하기에는 발목을 잡는 현실적 상황들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과 달리 미래 변화의 흐름을 느끼고 뚜렷이 보고 있는 사람들 또한 존재한다. 그들은 유엔 미래 보고서2040에서 앞으로 미래가 크게 두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예측한다. 바로 하나는 자동화 및 디지털화라는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의 중요성 강화라는 흐름이다.


자동화 및 디지털화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현재의 일자리가 소멸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2030년까지 20억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한다. 그 예로 3D프린터를 들 수 있다. 3D프린터의 급속한 발전은 의료기술 분야와 제조업 분야의 일자리를 감소시킬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3D프린터가 치기공 분야에서 가장 먼저 사용 될 것이라고 한다. 3D프린터가 맞춤형 틀니와 인공 관절 같은 보형물을 프린트한다면 기존의 치기공사가 필요 없게 되는 것이다. 또한 무인 자동차와 무인비행기의 등장으로 운전과 조종 관련 종사자들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질 것이다. 교육의 오픈소스 운동과 개인별 학습 분석을 통한 맞춤형 교육이 가능한 스마트 교육시스템의 도입은 교사의 역할을 축소시킬 것이다. 출산율 저조로 인한 인구 감소는 교사 인원 감축을 더욱더 부추길 것이다. 또한 무어의 법칙을 뛰어넘는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는 기존의 직업들을 위협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변화가 과연 정말 닥쳐올까'?라는 안일한 생각도 든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하철 역사 안에서 매표를 해주던 역무원이 자동화 매표소 기계로 대체된 것과 톨게이트에서 통행비용을 받던 아가씨들이 하이패스와 자동화 기계로 어느 순간 사라진 것을 생각하면 미래의 그러한 변화가 오지 않을 것이라 낙관하는 것은 어리석어 보인다. 기업이나 정부가 무엇인가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이라 생각하는 것도 너무나 순진한 생각이다. 기업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정부 또한 앞으로 고령화사회로 인한 노인인구 증가로 국가의 예산을 의료부분이나 노인 복지 부분에 많은 부분을 할당해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자동화와 디지털화로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현재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의 국민연금 시스템이 몇 년 뒤 붕괴될 것이며 개인은 은퇴 후 노후자금을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이렇듯 정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을 책임져 주지 않을 것이다.


미래보고서 2040은 사람들에게 앞으로의 미래 변화로 인한 위기만을 얘기하는 책이 아니다. 미래에 사라질 것들은 사라지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있고 또 새로운 것을 낳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이 미래의 위협 속에서도 기회를 찾아내는 것이다. 바로 여기서 가장 중요한 문제점이 떠오른다. 과연 현재의 우리가 미래의 변화에 대응하여 위기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만큼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느냐는 것이고, 앞으로의 미래 세대들이 그러한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느냐는 것이다.


살아가는 동안 인간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며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이다.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가 그 사람의 가치관과 신념 그리고 삶에 대한 태도를 결정한다. 그리고 가치관과 신념, 삶에 대한 태도는 개인의 삶 전체에 반영되어 나타난다. 만약 우리가 미래의 변화 앞에서 무력하기만 하다면 현재 우리의 교육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이러한 문제의식에 동의하는 사회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세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고, 기존의 시스템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우리 한국의 학생들은 빚지고 힘들게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또다시 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스펙경쟁을 벌여야만 한다. 고스펙을 쌓아 기업에 들어 간 사람들에 대해서 기업은 공채로 뽑아 다시 처음부터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불만이다. 기업으로서는 바로 쓸 수 있는 인재를 뽑고 싶어 하는데 현재 대학 교육이 그러한 교육을 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스펙경쟁에서 뒤진 대다수의 대학 졸업생들은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4년제 학위를 필요로 하지 않는 일자리에서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혹자는 대학이 '진리의 상아탑'이며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일꾼을 길러내는 곳이 아니라 인생의 진리와 원리를 배우는 곳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아니다. 모든 대학생들이 결국은 취직을 위해 학위를 따려고 한다. 대학은 자신들의 수업을 판매하는 사업을 하는 것이고, 학생들은 기업에 들어갈 수 있는, 취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고 대학에 가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그러나 대학은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정체성과 일꾼 공장이라는 정체성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느라 기업과 학생들이 원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미래보고서 2040에 의하면 이러한 교육의 문제점이 개인의 중요성강화와 함께 해결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것은 학습방법의 혁명과 교육혁명으로 인해 똑똑한 개인들이 등장하면서 가능하다. 개인들은 기존의 낡은 공장형 교육이 아니라 디지털교과서나, 가상·증강현실 직접체험을 통한 개인별 맞춤 교육을 받게될 것이다.또한 무크와 같은 교육의 오픈소스 운동이 활성화되어 지역대학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경쟁력 있는 과정들을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게 될것이다. 이렇게 개개인은 더 똑똑해지고 전문가적 역량을 갖추게 될것이다. 그리고 똑똑한 개인들이 재능전쟁을 벌이며 노동에 대한 수요에 따른 세계이주가 급증할 것이다.


앞으로 대학은 일자리동향, 기술 발전, 기술 동향, 기술 요구사항 등 업계의 요구를 반영하는 쪽으로 기울게 될것이다. 그렇다면 기존에 대학이 할것이라 생각했던 '진리의 상아탑'의 역할은 누가 할 것이며, 인생의 진리와 원리는 누가 가르 칠까?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내가 Beyond University에 참여한 것이다. 유엔미래보고서 2040을 읽고 내가 그동안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내가 무엇을 배우고, 준비해야 하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by Elizabeth Taylor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