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듈럼과 대학

BU_class 2014. 4. 6. 21:54

펜듈럼은 사회 모든 곳에 영향을 끼친다. 그 영향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국가에서부터 심지어는 박테리아군까지 모두 하나의 펜듈럼이다. 이 많은 집단 중 현재 BU 수업내용과 관련해서 집중해봐야 할 곳은 바로 '대학'이다. 펜듈럼이 대학을 어떤 방향으로 가게 했는지, 어떤 파괴적 영향을 줬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정말 펜듈럼은 도쿄대생들도 바보로 만들까? 일본의 지성, 다치바나 다카시는 그의 저서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를 통해 일본의 대학교육이 산으로 가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 책을 통해 대학이라는 기관의 펜듈럼이 생겨난 역사, 어떻게 그 펜듈럼이 유지되어 왔는지, 펜듈럼이 대학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등을 알 수 있다.(우리나라 대학은 일본 대학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기 때문에 도쿄대 이야기는 곧 우리나라 대학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일본의 대학은 본래 유럽의 명문 대학과는 달리 자치적 조직체가 아니라 국가의 여러 기관들의 이해가 얽혀서 만들어졌다. 당시의 정황 상 대학은 진리를 추구하는 교양 인재를 육성하는 게 아니라 나라 발전에 헌신할 인재 육성에 초점이 맞춰지게 됐다. 즉 설립 역사에서부터 대학은 정치적 목적과 긴밀했다. 현 제도에 충실한 엘리트를 양성하는 것. 목적이 이러하니 일본의 교육제도는 자연스레 획일적이고 중앙통제적으로 흘러갔다. 이로써 대학에서는 졸업 후 바로 국가와 기업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전문지식, 실용적 학문만을 가르쳤으며 우주, 인간, 사회에 대한 원리를 알 수 있는 학문들은 지금까지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게 되었다. 애초에 대학은 진리 추구가 아닌 이익, 권력 추구가 목적이었던 것이다.

대학이라는 펜듈럼이 사람들을 꼼짝 못하게 하고, 더 많은 지지자들을 유혹하는 방법은 다양했다. 입시제도, 학벌, 학점, 학파, 취업 등등. 이런 유혹을 통해 교육부, 입시생들, 사교육 시장, 교수 집단이라는 기존의 펜듈럼을 강력히 지지하는 새끼 펜듈럼이 생겨났다. 이것들은 대학의 본질이 무엇인지 관심 없어 보인다. 심지어 왜 입시제도가 존재하는지, 왜 대학에 가야하고, 왜 대학을 좋은 데로 보내야 하는지, 왜 진리를 가르쳐야 하는지 물으면 대답하지 못한다. 그저 펜듈럼이 만들어낸 법칙대로 행동한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고 그것이 최선이 아님을 의식적으로 인지할지라도. 자신의 의지대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각하지 못한 채 펜듈럼이 흘러가는 대로 떠밀려갈 뿐이다.(이 점은 자유의지의 문제와도 연관이 있어보인다.)

펜듈럼의 무서운 점은 자기 지지자들과 다른 펜듈럼 지지자 그룹이 대립하도록 부추긴다는 것이다. 이는 대학을 매우 정치적으로 만든다. 그리고 대학의 정치화는 학생들이 폭넓은 교양을 쌓는 걸 막고 복잡계 이론, 양자정보이론, 주역 등과 같은 원리적인 학문을 배우지 못하게 한다. 즉 '도쿄대생들'을 바보로 만든다. 예를 들면, 대입시험에서 이과, 문과생들은 각각 문과, 이과 과목수를 매우 적게 하거나 중학수준으로 시험치 도록 하는데 국립대학이 그렇게 시험을 내는 이유가, 그렇지 않으면 학생들이 모두 사립대학에 가기 때문이다. 또한 교양학부에는 전공학부와는 달리 독자적 인사권이 주어지지 않는 것, 당연히 접해야 하는 새로운 학문의 유입이 기존 학파의 텃세로 배척당하는 경우도 펜듈럼이 만든 대립과 관련이 있다. 이런 정치적인 이유들로 꼭 배워야 할 걸 배우지 못하고 바보가 되는 것이다.

펜듈럼의 또 다른 무서운 점은, 펜듈럼은 사람의 약점(감정)을 건드린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은 취업을 못할 것 같은 두려움, 가장 인기 있고 유망한 과에 가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인해 진짜 인생의 원리를 제시하는 학문을 접하지 못하고 전문 지식만을 수집하게 된다. 교수도 마찬가지다. 나만 옳다는 허영심, 자존심 때문에 학생들을 진리로 안내해야 하는 임무를 망각한 채 밥그릇 싸움만 하게 된다. 펜듈럼은 진실, 본질로 멀어지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파괴적이다.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다. 펜듈럼의 규칙에 충실해서 살림살이가 나아졌는가? 펜듈럼은 지지자 개개인의 운명엔 관심이 없다. 오직 더 많은 에너지를 모으는 게 목적일 뿐이다.

펜듈럼의 존재를 인정하고, 게임 속에 빠지지 않고 바깥에서 관조하면 펜듈럼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나의 경우, 대학 펜듈럼이 낳은 입시제도 펜듈럼의 열렬한 지지자이자 희생자였다. 그것을 벗어나고자 했을 땐 괴롭힘도 많이 당했다. 하지만 코치님의 강의 및 독서를 통해 어느 정도 펜듈럼에 대해 자각하고 적어도 대학 펜듈럼 속에는 더 이상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펜듈럼의 영향에서 자유로워지게 되면 정보의 미개척 지역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하는데, 앞으로 BU에서 배우는 내용이 바로 그런 지식이지 않을까 싶다. 펜듈럼은 오직 다른 펜듈럼으로 물리칠 수 있다. 나는 '다른 펜듈럼'으로 BU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앞으로 이 BU 펜듈럼의 지배를 받지 않고, 자신의 목적에 맞게, 지혜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by Audrey

posted by BU 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