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론이 수학적으로 증명되었다면 항상 올바르다고 할 수 있을까? 수학계의 거장 힐베르트는 '수학 이론에 모순은 일체 없고 어떤 문제라도 진위의 판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완전히 증명하고자 했지만 괴델이 '수학이론은 불완전하며 결코 완전해질 수 없을 것'이라고 수학적으로 증명해 버렸다. 어떤 이론 체계에도 증명 불가능한 명제가 반드시 존재하고, 그 이론 체계에 모순이 없음을 그 이론 체계 안에서 결코 증명할 수 없으며, 결국 자기 자신으로 완결하는 이론 체계는 구조적으로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괴델의 불완전성정리이다. 요컨대 수학이론에서 증명도 반증도 불가능한 명제가 포함되어 있고, 수학 이론에서 증명 불가능한 명제를 포함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체계가 옳다고 증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수학, 철학을 비롯한 모든 학문은 일정한 공리를 토대로 논리적으로 짜여 체계화된다. 어떤 이론 체계에도 반드시 처음에 공리가 존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증명은 불가능하지만 올바르다고 하는 암묵적인 이해가 공리의 시작이다. 우리가 아무리 공리를 선택하고 모순이 없어 보이는 이론 체계를 구축한다고 해도 그 이론 체계에 모순이 없음을 자기 안에서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선택한 공리가 정말 옳은지 증명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논리라는 것도 암묵적 이해에 의해 성립된다. 이것 또한 증명 불가능한 전제 중의 하나로 본질적으로 공리와 마찬가지이다. 논리도 약속, 공리도 약속이다. 뉴턴의 방정식에서 '중력은 물체 간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라는 식을, 왜 그렇게 되는가에 대한 이론적인 설명도 없는데 물리학의 기초로 삼고 있다. 

또한 '나는 인간이다'라는 얼핏 올바른 것처럼 보이는 말조차, 객관적인 근거를 갖지 못한 채 그것이 옳다고 하는 전통적, 문화적 룰에 의한 것이다. 어떤 말의 근거를 아무리 설명해도 그것조차 근거 없는 룰을 토대로 서술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말을 사용해 논리적으로 뭔가를 서술했다고 해도 그 올바름의 근거는 결국 '이건, 이래'라고 정한 것이다. 

결국 수학적으로, 과학적으로 논리적이게 설명되었더라도 모든 이론은 불완전하며, 완전한 이론은 없다. 이론의 정당성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없으며 그나마 가질 수 있는 타당한 기준은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지식인가 아닌가.' 뿐이다. 우리가 공부를 한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약속한 것을 배우는 것일 뿐 우리의 논리적 사고로 진리에 도달하는 일은 결코 없다. 학문은 진실을 밝히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실용성'에 있다.


by Miranda

posted by BU 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