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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이 영화는 제발 맑아지라는 스스로에 대한 외침, 그것을 의미한다. 멤버들과 다 같이 보았을 때 집중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어 다시 이 영화를 구해 밀도 있게 보고 나서 몸살을 앓았다. 주변 사람들은 나보고 유난을 떤다고, 또 오버한다고들 한다. 맞다, 그들의 말이 진실일지도.
바다는 매우 단호하며 차분하고 고요하며 지독하게 강렬하다. 너무나 이중적이고, 삼중적이고, 중첩적이다. 하나로 볼 수 없다. 이 영화에서 묘사된 바다는 내가 겪어온 삶 속에서 느꼈던 인생의 향기를 떠올리게 한다.
한때는 영화 초반부까지 나온 '자크'의 '괜찮은 척'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나의 과거 그림자와 너무 비슷해 날 힘들게 한다. 그렇다. 괜찮은 척하지 않으면 결국 괜찮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그리고 외부적으로도 인정하는 것이므로 그 자존심 때문에 항상 피곤한 가짜 미소를 지어왔다. 그리고 꽤 그렇게 사는 것도 어른스럽다고 생각했다. '원래 어른이란, 자기도 모르게 자신을 속여야 할 때도 있지 않은가.'라는 철없는 나의 허세랄까.
경쟁을 하게 될 때, 특히 타인과 경쟁을 하게 될 때는 별로 큰 흥미를 느끼지 못 했다. 영화에서는 엔조와 긍정적 경쟁자로 나오지만, 내게는 긍정적 경쟁자가 없었던 거 같다. 하긴, 경쟁의 시선이 달랐다고 할까. 나도 그랬다. 아이들과 대학교에서 학점 경쟁 같은 것에는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다. 참 희한한 것이, 갑자기 길바닥에 쫓겨나는 경험을 한 뒤에는 생존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커졌다. 지금도 솔직히 부끄럽지만 마찬가지이다.
정말로 먹고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 내가 선택한 길에서 포기하는 두려움. 그때 내 주변의 친구들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과연 이 후기를 쓸 수나 있었을까 싶다. 감정 파동이 괜찮을 때는 하루 살이 인생에서 한 달 살이 인생으로, 한 달 살이 인생에서 두 달 살이 인생, 세 달 살이 인생으로 올라간 것이 스스로 나에게 위로해주었던 방식이다.
그러한 생존에 대한 두려움은 이상한 식으로 풀려나가 특히 에고 미정인 나는 스스로 내 인생을 책임지는 모습으로 증명하는, 나를 더욱 괴롭히면서 비자아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야채 장사부터 동대문 옷팔이, 맥주 팔이, 화장품 방판, 상업 연극, 기획사일 등 돈이 된다는 것은 나 스스로 먼저 뛰어들어 가혹하리만큼 날 괴롭힌 후 그것의 성취물인 현금으로 만족해왔다. 물론 이 일들은 내가 기본적으로 하면서 행복감을 느꼈고 기질과도 잘 맞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것과 별개로 그것으로 인해 벌어들인 가치를 옳게 쓰지 못한 것이 큰 잘못이었다.
그러나 그때는 그것이 참 행복했다. 그리고 난 참 잘 가고 있다 착각했다. 그 현금을 풀면 사람들은 날 좋아해 줬으니까. 돈이 곧 신용이고 힘이라 난 생각했었다. 명문대가 아닌 내가 취업이 아닌 일로 할 수 있는 것은 저것들이고, 그것으로 나를 증명하려면 더욱 가혹하게 나를 아프게 하는 것밖에 없다고 믿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도 솔직히 알고는 있었다. 이 과정 속에서 나의 가치를 증명하려는 에고 미정의 아픈 비자아로 나에게 스스로 속이는 것에 대해 크게 무관심, 무의미해지면 안 되는데... 성민아.. 그러면 안 되는데... 그러나 손을 놓지 못하고 점점 무서워져갔다.
마인드는 내게 말했다. "너도 사기당했잖아, 네가 만만해 보이고 어설퍼 보였으니 그런 거지", "돈이 곧 너를 증명하는 유일한 수단이야, 사람들은 진짜 너에 관심 없어" 이런 식으로 내가 내 삶을 책임진다는, 그것도 본질이 아닌 단순히 물질적 책임을 진다는 명목 하에 내 양심은 철저히 사라져갔다. 그리고 내가 가장 힘든 시기일 때, 가장 힘들게 나를 떠난 그녀로도 인해 내가 호감 있는 사람이 생겨도 끝날 때의 두려움부터 떠올리게 되고 항상 짝사랑만 하다 정리되는 상황의 반복만이 내 연애사가 되었다.
그래도.. 그래도.. 시간의 흐름과 함께 그리고 조금씩 이 생활들을 진정성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정리하고 지워가고 정화했다고 생각하고 또 멀쩡히 잘 살아왔다. 그러나 자크는 나와 너무도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집어삼킨 바다를 벗 삼아 그 속에서 자유를 찾고 진정한 성장을 이루어낸다. 난 그냥 철저히 기억을 억지로 지우려 하고, 회피하고 시간으로 덧칠해가며 매우 상처를 잘 이겨낸 모습을 하고 또 그런 척을 하면서, 아픔 없이 잘 자란 사람처럼 잘 살아가고 있었는데.
아픔에서 아픔과 함께 성장하여 진짜 자유를 맛본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 나를 너무 아프게 한다. 갑자기 결말 장면을 보고 멜랑꼴리한 감정 파동으로 안 좋은 생각도 한다. 차라리 이곳을 떠나면 자크처럼, 자크처럼 아픔 속으로 더 깊은 아픔을 주었던 그러나 자신의 진정한 성장을 이뤄낸 바닷속으로 더 깊이 가라앉으면 너무나 고요하고 평안하지 않을까 하는.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든다. 난 아직 그럴 단계도 아니고, 그렇게 하기에는 내가 진짜 성장 진짜 삶의 흐름을 경험해보지도 않고 피하는 것은 영화 속 자크의 결정과는 성질이 많이 다르다.
그는 진짜 진정한 자신의 선택이지만 난 감정 파동의 놀아남인데. 그리고 아직 그럴 권리도 없다. 자크를 닮고 싶다. 자크를 닮고 싶지만, 두렵다. 실제 그를 닮게 되면 어쩔까 하는 두려움도 들지만 가보지도 않고서 닮는다는 가정부터 생각한 내가 우습다. 용기 내어 다시 내가 지나온 시간 속에 숨겨놓은 더러웠던, 나약했던 내 모습을 직면한다. 과연 내가 과거의 나를 용서할 수 있을까? 용서의 대상인 것인가, 치유의 대상인 것인가, 아니면 고통받아야 할 그 누가 봐도 비난받아야 할 채찍의 대상인가. 더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by Teri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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