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ul's Kitchen] 고수의 시대가 도래했다.

Paul's Kitchen 2014. 4. 6. 22:09

"프로필을 삭제하면 당신은 누구인가?"


프로필을 전부 삭제하면 오직 당신, 그리고 당신의 실전적 역량만이 남는다. 정말 중요한 것은 당신의 진짜 실력 그뿐이다. 그러나 만약 수많은 프로필을 달고도, 정작 실력자들 앞에서 자신을 증명하지 못하면 당신은 틀림없이 하수다.

그럼에도 당신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면 당신은 고수를 만나보지도 못한 사람일 뿐 아니라, 더 낮은 하수들에 둘러싸여 자신을 감추고 있는 풋내기에 불과할 뿐이다. 진정한 고수는 프로필, 자신이 속한 단체, 무슨 무슨 인증으로 자신을 감싸지 않는다.

고수에게는 아무런 타이틀도 없다. 그의 앞에 붙는 유일한 타이틀은 이것뿐이다. '명인名人' 000. 오직 하수들만 자신의 이름을 치장하고, 그럴 듯한 프로필 사진에 의존해 여기에 혹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낚아챈다.

당신이 고수가 아니라면 함부로 검을 빼들지 말라. 하수들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으니.

여태 우리 사회는 '프로필 비즈니스'에 여념이 없었다. 모두 합창이라도 하듯, 뭔가를 달고 있어야 '그럴듯해 보인다'는 이유를 들어 자신의 몸집을 부풀렸다. 심지어 아직 제대로 아는 것도 없음에도,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두려워 않았다.

정보가 부족한 시대에는 이런 얄팍한 속임수가 통하기도 했다. 아니 세태를 보면 이런 속임수가 현재도 통하는 듯 보인다. 우매한 대중을 사로잡는 온갖 휘황찬란한 기교들은 지금 우리 주변에도 넘쳐난다. 

'하수'는 자신이 하수라는 사실을 알지도 못하고, 인정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그들은 하수다. '중수'는 자신이 하수라는 사실을 겸허히, 낮은 마음으로 인정하는 사람이다. 중수는 실력자가 아니라, 과도기에 있는 아직은 더 많은 배움이 필요한 사람일 뿐이다. 그러나 '고수'는 '애씀 없이 자신이 말한 만큼을 오직 실력으로 입증'한다. 만약 당신이 이 수준이 아니라면, 당신은 고수도, 전문가도 아니다. 이 기준이 정당하지 못하다고 여겨진다면 더 나은 기준을 제시해 보라. 만약 합당하다 여긴다면 실력으로, 영향력으로 자신을 입증하라. 프로필 뒤에, 단체 뒤에 숨는 일은 비겁한 일이자, 그들의 고객을 기만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한편 '대가'는 하수, 중수들에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심지어 고수들에게조차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자신을 드러낼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이 고수들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순간, (고수들은 하수, 중수들에게는 없는 분별력을 가지고 있기에) 고수들은 초고수 앞에 무릎을 꿇는다. 그들은 초고수의 범접할 수 없는 내공을 '알아차릴' 만큼의 공력을 가지고 있기에 오히려 단 한 번의 마주대함만으로도 심오한 깨달음을 얻고, 뒤로 물러날 줄 안다. 

드물기는 하지만 한국에도 사회 곳곳에서 초고수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나는 지난 17년여간의 여정을 통해 그러한 '대가들'을 직접 만나 보았다. 마치 <인간극장>의 '고수를 찾아서'처럼, 나는 고수 중의 고수, 대가들을 찾아다녔고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른 대가들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사회의 주된 흐름은 고수의 경지에 오르지 못한 사람들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그들에게는 고수를 알아볼 능력이 없기에, 자신들이 최고라 착각한다. 그러나 실력 대 실력으로만 맞서는 자리가 생기면 그들은 곧 깨닫게 될 것이다. 그들은 '중수'조차 되지 못하는 '하수'임을,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허영심에 들뜬 하수 중의 하수임을 말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무예의 비전祕傳들이 공유되고 있다. 국가의 장려도 있고, 시대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이기도 하다. 무술계의 고급 정보들과 실전 역량이 담긴 고화질의 영상들이 각종 서적들과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 과거에는 한 스승 밑에서 20~30년을 배워도 다가설 수 없던 정보들에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일은 유사 이래 처음이다. 때문에 이렇게 정보가 공유되면 될수록, 고수인척하는 하수들과, 진정한 고수, 그리고 초고수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게 된다. 도망칠 곳은 없다. (전통적인 권력집단이 사회 네트워크 혁명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한국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려는, 시대를 역행하는 악수惡手를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여명기를 넘어, 정말로 진짜 실력으로만 겨루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미 눈앞에 펼쳐져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권고한다. 당신이 어떤 수준의 사람인지 분명히 파악해 두라. 잘 모른다면, 당신은 분명 하수다. 자신의 실제 위치를 안다면 중수는 함부로 나서지 않을 것이며, 고수는 자신의 역량을 그의 평소 말처럼 그대로 입증해 보일 것이다. '대가'는 여전히 고요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 당신이 하수라면, 빨리 인정하는 편이 오히려 낫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당신이 설자리조차 없어질 것이 분명하다. 아직 기회가 있을 때 겸허한 마음으로 출발선에 다시 서라. 이제는 전 세계가 당신을 주목하고 있다. 어설픈 전문가는 더 이상 설 곳이 없다.



posted by BU 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