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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과학철학은 문학과 문학비평의 관계와 비슷하다. 그래서 과학철학을 한다고 해서 과학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왜 과학철학을 공부해야 할까? 사실 우리는 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도 아니고, 과학을 통해 지식과 정보에 대해 분별하여 그로부터 유익함을 얻기 위한 평범한 대중에 불과하다. 과학철학사는 우리에게 하여금 과학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나 필요 이상의 권위를 부여하는 언행에 대해 일침을 가한다. 그러한 과학철학의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과학에 대한 새로운 조망을 한다는 것이고, 이는 과학의 영향을 받는 우리 삶에 필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과학에 대해 철학 하지 않는다는 것은 과학 지상주의를 낳을 위험성을 내포한다. 과학은 무엇인가? 과학은 얼마나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가? 과학은 필연적으로 인식론을 전제하는데, 그렇다면 과학에서의 인식론은 어떠한 것이며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 등 우리가 이러한 과학의 토대를 검토할 질문을 던지지 않고 살아간다. 그래서 과학에 대해 모르고, 수많은 전문가와 대중들이 과학이라는 단어를 입에 언급하면서 자신의 주장과 의견에 대해 권위를 부여하고 잘못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심심찮게 경험할 수 있다.
과학철학사는 20세기 논리 실증주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논리 실증주의는 귀납적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아무리 많은 관찰 표본이 있더라도 그것이 ‘모든~’에 대한 보편적 진술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논리적 비약을 지닐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러한 귀납주의를 버리고 칼 포퍼는 반증주의라는 연역적 방법론을 제기한다. 이를 통해 과학의 합리성은 유지되었지만, 반증주의로 인해 과학은 언제나 반증될 수 있다는 한계가 드러나 버렸다. 이것이 과학철학이 보여주는 과학의 권위에 대한 1차 충격이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 이후에 토머스 쿤이라는 과학철학자가 나타나 과학의 역사는 패러다임의 구조가 대체되어왔고, 인간은 자신의 배경지식에 의해 관찰하는 한계를 지닌 존재라는 심리학적 근거를 내세운다. 이를 통해 과학의 합리성마저 무너져 내린다. 이것이 2차 충격이다. 그 이후에 라카토슈, 파이어아벤트, 포스트모더니즘 흐름 속에서 나타난 과학사학자들 등 이보다 더 과학의 권위를 무너트리는 주장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결국 과학철학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객관적이고 확실한 과학은 없다는 것이다. 과학을 이루는 논리와 인간의 인식이 앞서 언급했듯이 너무나 많은 모순과 오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삶에서 과학의 혜택을 받고 있으며, 과학 이론으로 세상을 보다 더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사실 어떤 학문도 과학처럼 특정 시기에 대다수의 동의를 얻어내는 패러다임이 형성되는 경우가 없다는 점에서도 타 학문에 비해 훨씬 더 신뢰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21세기 인간의 삶에서 과학의 혜택과 유용성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기에 과학의 장점과 유용성의 측면을 잘 활용하되, 과학이라는 학문의 문제점과 논리적 한계를 잘 인식하여 살아가는 것이 과학철학이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는 교훈이라 생각한다.
by Oc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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