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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공부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고 재미가 없었고, 그 재미없는 공부를 '피상적' 혹은 '전략적'으로 머릿속에 꾸역꾸역 집어넣으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원도 가고 직장도 다닌다. 여전히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기반 위에 쌓여만 가는 지식 아닌 지식으로 억지로 공부하고, 외우고, 시험보고 합격하고 잊어버리고 단지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로 (돈을 벌어서 그 돈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억지로 일하고, 불평불만을 토로하며 산다. '뭔가를 하나만 건드리면' 무너질게 뻔한데 그 사실을 들키면 안 되니 힘들게 힘들게 포장하고 또 포장해서 점점 자기가 만든 틀안에 갇혀 평생 그 안에서 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왜! '뭔가 하나를 건드려서' 무너져보면 안 되는 것인가? 뭐가 두려워서 무너져보지 못하는 것인가? 왜 힘들게 힘들게 꽁꽁 감싸야만 하는 것인가?!
특정 단어에 대한 국어사전을 찾고 그 안의 단어를 찾고 또 찾다 보면 결국 처음 시작했던 그 단어로 돌아온다고 한다. 몇 단어만 찾고 찾다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실체는 없고 서로가 서로를 설명하는 '의존적'인 관계로 버티고 있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서로 상대적으로 설명이 될 뿐이며, 절대적인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언어는 절대적으로 상대적이다. 인간의 이성, 언어로는 절대적인 것을 이야기할 수 없다.'
'뭔가 하나를 건드린다는 것'으로 진실을 알게 된다면, 이제까지 위태위태하게 쌓여있던 지식들과, 내가 경험했다고 말하는 일들, 내 생각이라 말하는 것들, 각 학분분야의 이론들, 과학 실험들, 권위 있다, 최고다 하는 사람들의 말들, 책들,, 결코 절대적일 수 없는 언어로 표현되어 있는 모든 것들은 결코 절대적일 수 없다는 그 진실을 알게 되었는데, 무너지는 게 무엇인가? 본래 절대적인 것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무너져서 산산조각 날 것도 없다. 그저 이제까지 만들어진 것 모두 그대로 머물러 있지만 그것들이 진리는 아니라는 것을 허무함과 그와 동시에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뿐이다.
유클리드 기하학 속에서 모든 이론을 세우고 있었던 기하학, 가우스가 유클리드 기하학의 공리를 뒤집어엎었는데도 아무것도 무너진 것은 없었다. 그래, 이제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왜 공부를 하는가? 언어로 표현된 학문, 이론으로는 진리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왜 공부를 해야하는가? 언어는 절대로 진짜베기를 표현해 낼 수 없다고 하는데, 그러면 왜 글을 읽고 써야하는가? 하는 난관에 부닥쳤다. 아무것도 알 수 없으니 그냥 손 놓고 밥이나 먹으며 살다가 죽으면 그만이 아닌가? 아무리 공부해도 진리를 알 수 없을 텐데 뭐 하러 공부를 해야 하는가? 그런데 뭐, 재밌는걸 어쩌겠는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무엇인가?에 대해 찾아보지 않고는 못베기겠는데, 찾고 공부해야지 어쩌겠는가?
그래서 공부는 안 하겠다 정말 하기 싫었는데 그거 잘 됐네~! 한다면 안 하면 그만이다. 그렇게 살면 된다. 더 알고 싶고 공부하고 싶으면 공부하면 그만이다. 그저, 내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대해 엄청 열심히 공부해서 죄다 이해해 놓고 그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있었는데 (머리가 안 좋아서 이런 일은 일어나기 쉽지 않을 거라는 건 알긴 안다^^;), 다른 이론이 나타나 이 이론을 뒤집어 버렸을 때, 괴로워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로움이 생길 뿐이다. (내가 완전 천재여야만 할 수 있겠지만,) 지금 구축되어 있는 이론이 영 아닌것 같을 때, 아주 만약에, 내가 뒤집을 수 있을 때 무서워하지 않고 뒤집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하는 말이 진리요, 나를 따르라' 하는 권위자도 무서워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가 아주아주 조금 생길 뿐이다! (사실 아직 다 무서운 건 마찬가지긴 하다.) 가장 중요한 건 내 자신이 알고 있던 사실이, 사실이 아니라고 뒤집어질 때도 마땅히 인정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게 가장 무섭고 어려운 일이다. 나만의 세상이 무너질 때,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때. 하지만 이를 인정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발전의 길로 가는 가장 큰 과정 중 하나일 것이다.
BU멤버가 되면서부터, 공부하는 것이 점점 자유로워지고 있다. 나는 원래 공부하는 걸 좋아했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것을 좋아했다.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타과 학생들 사이에서도 꿋꿋이 혼자 타과 수업을 신청해 들었고, 그 과목들은 성적이 바닥이었지만 상관없었다. 생명과 수업이라도 교수가 내는 과제가 엉터리면 남들 밤새면서 열두장씩 써내는 과제도 나는 수업 시작 15분 전에 달랑 세장 써내서 최하점을 받아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생물학도이니 여기에 집중해야만 하고, 공부를 할 거면 평생 생물학 공부만 해야 된다고 주입이 됐다. 남들은 전공 학점 채우고 성적 맞춘다고 재이수하고 점수 따기 쉬운 과목들을 열심히 찾아 듣고 있고, 취직을 하기 위한 준비들을 하고 있었다. 난 내가 뒤처지고 있는 줄 알았다. 뭔가 한계가 있는 것 같은데, 이런 식의 공부는 더 이상 파낼 것도 없고 더 파낼 힘도 없는데, 그래야만 하는 줄 알고 그저 일상이 좌절이고 지침 그 차제였다. 그래서 더더욱 다른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공부가 싫어졌다! 그런데 하고 싶은 공부가 있으면 무엇이든 내가 생물학과를 나왔든, 아님 그냥 직장인이든, 아직 대학을 안 갔든, 나이가 어리든, 많든, 하면 되는 것이었다. 절대적인 것은 없고, 세상에는 더 알고 싶고 재미있는 공부할 거리가 아주아주 많으며, 그걸 공부하고 싶으면 그냥 하면 된다는 걸 BU에서 점점 깨달아가고 있다.
by i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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